본문 바로가기
창작시

짙은 가을, 어느 하루 / 김가을

by 가을 우체통 2020. 11. 5.
반응형

 

짙은 가을, 어느 하루 / 김 가을

 

 

영동 고속도로 진입을 눈 앞에 두고 

되돌아왔다

 

활활 불붙어 타고 있을 

설악산 전부가 나의 몫은 아니다

첨벙첨벙 뛰어든 나무 그림자를

품어 식혀주는 동해바다

전부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

 

그저 줍지 않고는 못 배길 

빨갛게 물든 단풍잎 하나가 

지금의 내 몫인 것이다

산 그림자 몰고 출렁이다

다가서는 발목 한번 적셔주고

미끄러져 가는 한 움큼의 파도가

내 몫으로 그리운 것이다

 

오늘 하루 전부가 

나의 몫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

그저 어느 하루쯤

나를 위하여 쓰여도 아무 문제가 없을 때

그날은 주저 없이 영동 고속도로를 진입할 것이다

빛 고운 단풍잎 하나와 한 움큼의 파도를 챙겨

갔던 길을 유유히 되돌아오리라

  

728x90

'창작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이미테이션 / 김가을  (0) 2020.11.05
기억 상실증 / 김가을  (0) 2020.11.05
그때 그렇게, / 김가을  (0) 2020.11.05
바람의 소리 / 김가을  (0) 2020.11.05
나는 살고 싶다 / 김가을  (0) 2020.10.24